스페인이라는 나라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해서 기대가 컸으나 그래서인지 실망도 매우 컸습니다.

1. 혜초에서는 이제 "남들이 가지 않는 여행지를 간다" 자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중요한건 특이한 곳을 가는것이 아니라 이용객이 충분한 가치를 느낄만한 곳을 가는 것입니다. 이번 안도라 방문에서 그 폐해가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아무 방문의 가치가 없는 장소인데 오직 안도라를 방문하는 패키지 투어가 없다 근데 우리는 안도라를 간다라는걸 강조하기 위해서 아무 의미없이 안도라에서 1박 2일을 버렸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2. 시간 분배가 좋지 못했습니다. 비행일정때문이라지만 아무 의미없는 마드리드에서의 이틀이 너무 아깝습니다. 마드리드 자체가 원래도 노잼도시 볼 것 없다라고 관광객들 사이에서 알려진 곳인데 여행고수 혜초 이용객들을 모시고 뻔한 코스 몇개를 돌고 "자유시간"이라는 명목으로 반나절이 넘게 사실상 방목한건 프로그램을 짜는 패키지 여행사로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볼거리가 많은 산세바스티안 거리에서는 이용객들이 적어도 2시간의 자유시간을 원했는데 여기서 할 것 없다 시간이 너무 많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1시간 10분만 줘서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이외에도 가이드분도 인솔자분도 관광포인트라거나 사진포인트같은 부분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여기서 이런 부분을 먼저 보면 좋다, 여기가 사진이 잘 나온다, 이런 음식점이 유명하다 이런 언급이 일절 없었습니다.

3. 부족한 서비스와 시설
다닌 혜초 프로그램중에 음식이 최악이었습니다. 정말 단조롭기 짝이 없는 음식들.... 매일 똑같이 생선덩어리 고기덩어리만 반복되는 코스요리.... 저녁이 호텔식이라서 선택권이 없다고 하는데 하다못해 파스타나 피자라도 줬다면 나을 것 같았습니다. 호텔 바와 룸서비스에서는 다른 메뉴들이 많았는데 레스토랑에서만 메뉴가 단일화 되어있다? 그럴것 같지 않앜습니다. 그리고 레스토랑에서 먹은 점심식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식사의 퀄리티는 고급이었으나 한결같은 메뉴 선택에 지긋지긋할 정도였습니다. 어느날은 그전날 돼지고기튀김을 먹었는데 그날 점심으로 아예 똑같은데 고기만 소고기인 튀김을 먹었습니다. 메뉴 선택이 성의가 없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말 오지여서 레스토랑이 한 개 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혜초에서 항상 음식을 비슷비슷하게 돌리는것에 불만이 잦은 편인데 이번에는 정도가 지나쳤습니다.
또한 보통 프로그램 중간중간 인솔자나 가이드분의 재량하에 카페에서 음료라거나 휴게에서 아이스크림같은 간식 현지 간식 등이 제공되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사탕하나 받아 본 적 없습니다. 필수사항은 아니나 다른 혜초 프로그램과 비교하여 전체적으로 센스와 성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호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의 모든 방문한 호텔이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고 물이나 포트 등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았습니다. 한 호텔에서는 심지어 화장실 청소상태가 안좋아서 욕조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경우를 정말 처음 봤습니다. 저는 더 열악한 나라와 지역도 많이 여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 여행에서는 "지역특성상 어쩔 수 없다"라는 핑계하에 이용객들이 불편 불쾌를 겪어야 할까요....?

4.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여행입니다. 이거는 일정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지만 가시는 분들이 미리 예상하고 가셔야할 것 같습니다. 이동시간이 매~~~우 깁니다. 잠깐 하나 보고 3시간 달리고 또 하나보고 3시간 달리는 식이고 그 와중에 휴식시간 간식시간 거의 전무.... 당떨어지는 일정이지만 당 채울 시간여유고 주지 않는 일정... 슈퍼도 들릴 시간 없는 사이에 단조로운 식사....(한국에서 컵라면이나 국수 등 부속식품과 간식 가져가시길 매우 추천드립니다) 스페인 특성상 저녁을 늦게 먹는다고 빨라야 8시간 반에 먹는 저녁식사 등등 가볍고 편한 관광여행은 아닙니다.


좋았던 코스와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흔히 아는 스페인이 아닌 스페인의 다른 모습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다수의 인원을 끌고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