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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국(서남부)-티벳-네팔 여행기 #3 6월01일
작성일 2009.05.15
작성자 권*혁
상품/지역
트레킹


역시... 예정대로,
쑹판이라는 곳이 유명한... (우리나라에는 거의 안 알려져
있습니다.) 호스트레킹을 28일과 29일에 했습니다.
말을 처음 타본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대공원에서 사진 찍으려고 탄 것 말고도, 몽고에서
시간당 얼마 주고 한두시간 걸어다니면서 탄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말 말을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간 것은 처음입니다.
참고로 그냥 사람이 혼자하는 트레킹은, 네팔 쪽이나
알프스가 유명하고, 동물 트레킹으로는, 코끼리가 태국의
치앙마이가 유명하고, 말이 여기 중국 쑹판이 유명하답니다.

오전 9시에 오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역시 유명한지,
외국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저는 외국 사람들하고 섞이지
않고 혼자서만 다른 코스를 택하게 되어, 저랑 췬니라는
기마족 소년(18세) 둘이서만 가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꼬질꼬질 하더군요. ㅋㅋㅋ...
말은... 짐을 무쟈게 졌습니다. 제 여행 배낭은 짐도 아니더군요.
원래... 이곳 말은, 다른 지방 말하고는 좀 쓰임새가 달라서,
평지에서 빨리 달리는 말이 아니고, 짐 많이 지고 산을
잘 올라가는 그런 말입니다...

말을 타고 멀리멀리도 갔습니다. 자꾸자꾸 올라가니,
산들이 막 나오고... ㅋㅋㅋ... 뭐 이런거야, 등산을
말을 타고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거니깐 솔직히 뭐 별거 아닌데,
아, 맞아... 말은... 올라가기는 잘 올라가는데,
오히려 내려오는 것을 더 못 내려오더군요.
그래서 오르막에서는 말을 타고 가도 되는데,
내리막이 좀 많이 험난하고 길면, 내려서 말하고 같이 걸어가야
합니다... ㅋㅋㅋ...

뭐 암튼... 목적지에 가서 또 다른 호수도 보고 (호수는
솔직히 지우자이거우에 이미 갔다 온 이상 다른건 별로 멋져
보이지도 않더군요...) 그러고... 이윽고,
5시 정도 되었습니다...
췬니가... 여기서 자자고 하더군요.
뭐 저야 그러자 했죠.
혼자서 말에서 짐을 막 내리더니,
그걸로 천막을 칩니다.. ㅋㅋㅋ.. 안에 나뭇가지로 바닥쿠션을
만들고... (천막은 바닥이 없습니다.) 그 위에,
침낭도 막 올려 놓고, 그리고... 그 말의 안장인가? 그걸로
베게를 만들었습니다. -_-;
순식간에도 만들더군요...

밖으로 나오더니 배고프냐고... 뭐 예의상 그렇다고 하니깐,
또 옆의 시냇물(깨끗한지 검증 안되었음.)에서 검정
냄비에 물을 담아오더니 (닦지도 않습니다.)
돌 사이에 나무들을 놓고 불을 붙이더니 거기에다가 올려
놓습니다...
손톱에 때도 장난 아닌데, 솔직히 췬니가 손을 씻는다거나,
그릇을 씻는다거나, 아니면... 세수를 한다거나 그런거
한번도 못 봤습니다...
그런데... 그러더니, 막 양배추를 잘라 끓는 물 속에 넣더니
(저는 불 담당이었습니다. 불이 꺼지지 않게 계속 나뭇가지
잘라 와서 넣고 기타 등등... )
그 다음에... 어디서 밀가루를 막 반죽을 하더군요. -_-;
열심히 반죽을 했더니, 하얗던 밀가루가 노란색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그걸로... 수제비를 했습니다.

고맙다고 열심히 저도 먹었습니다.
저도 안 씻었습니다. 시냇물이 너무 차가웠습니다.
손 담갔다가 뺐습니다.
불붙이느라 막 나뭇가지 꺾고 재가 묻은 손으로 그냥
다 먹고 그랬습니다.
췬니가 떠준 그릇은, 하도 때가 오래 배겨서,
거기에다가 수제비를 먹고 나도, 그 때는 안 없어지는 것 같더군요.
누가 먹었는지도 모르는 포크로 먹었습니다.
(손으로 안 먹은게 다행인지도 모르죠.)
췬니는.. 중간에 물 끓을 동안, 말똥도 만지더군요.
어차피... 하루는 저도 산악기마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먹고 나니깐, 이번에는 췬니가 또 빵을 해준답니다.
그러더니... 그 검은 냄비(이거 정말 다재다능한 물건입니다.)
에다가 또 밀가루를 막 반죽해서 넣더니,
이번에는... 옆에 모닥불을 피우고, 거기에서 숯이 된 놈들만,
검은 냄비 뚜껑에다가 올리더군요. (왜 이 냄비가 바닥뿐이 아니고
온통 시커멓게 된지 이제 알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있다보니... 이쪽 애들 먹는 빵이 안에
만들어지더군요...
그러더니, 떠 이번에는 검은 냄비에 시냇물을 퍼와서 끓여서,
차를 마시잡니다...
그래서 차도 마셨습니다.
참고로.. 췬니가 갖고 있는 그릇은 총 4개 입니다.
그 중 둘은, 나랑 췬니가 먹는 밥공기만한거, 하나는
밀가루 반죽에 쓰는 그릇같지도 않은 그릇,
그리고 무서운 검은 냄비. -_-;
절대로 안 씻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췬니는 칼도 하나 갖고 있습니다. 허리 뒤에 차는데,
이 칼도 정말 다재다능합니다. 나무를 벨때도 쓰이고,
양배추나 감자를 자를때에도 씁니다. (아, 감자는 다행이
껍질은 까더군요... 그 칼로...)
그리고, 동물을 잡을때나 싸울때에도 쓴다더군요.
물론.. 영어, 거의 안됩니다. 거의 손짓발짓 장난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 저녁도 먹고, 둘이서 캠프화이어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엠티나 뭐 그런데 가서 하듯이 하지 않습니다.
그냥 나무나 나뭇잎 아무거나 막 불붙입니다.
연기 장난 아닙니다. 온 산을 뒤덮더군요. 그래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겠죠? 아무도 없는 산속인데... ㅋㅋㅋ...
별을 보고 싶었지만, 날이 흐려서... 별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무쟈게 아쉽더군요...
그리고... 냄새가 무쟈게 나는 꼬질꼬질한 침낭속에 들어가서
잠을 잤습니다. (하루 종일 말을 타서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잘 오더군요...)

그리고, 오늘(29일)은, 말을 열라 빨리 달렸습니다.
저도 익숙해져서, 빨리 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짐을 많이
싣고, 산길이기 때문에 막 뛸 수는 없었지만,
어제의 거의 두배의 속도로 일찍 쑹판으로 돌아왔습니다.
ㅋㅋㅋ...
사진도 많이 찍었고...

산악기마족이 된 1박2일이었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했습니다만... ㅋㅋㅋ...

참고로... 췬니가 안 씻는다는 것은, 물에 안 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손과 그릇을 가끔씩 옷에 문지르기는
하더군요... ^^;

아... 맞아...
도시한복판의 번화가를 말을 타고 인파를 뚫고 가본 적
있으신 분 있나요? 저는 해 봤습니다.
쑹판이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저는 평생 다시 언제
해볼 수 있을지 모르는 행위를 오늘 해 봤습니다.

p.s. 이제 오지는 당분간 티벳 들어갈때 까지는 안가겠군요.
다음 목적지는, 쳉두, 쿤밍, 다리, 리쟝...
리쟝이 조금 오지이기는 해도 이곳 쑹판보다는 클테니깐,
좀 사정이 낫겠죠...
지금 소원은 두가지예요.
하나는... 정말 따뜻한 물 충분히 나오는 곳에서, 샤워하고
싶은것하고... (맨날 밤마다 찔끔찔끔... -_-; 추워 죽겠어요.)
또 하나는... 빨래 좀 말렸으면 좋겠어요. 숙소를 연속
이틀 머무르는 곳이 여태까지 없었으니,
말릴 틈이 없더군요. 밤에 널었다가 새벽에 다시 거둬서 다
가방으로 넣고 그러니... -_-;

작성자: 김봉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