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간 내내 비 온다는 현지 가이드의 정보와는 달리 화창한 날씨는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동양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명성답게 태항산을 둘러싼 웅장한 협곡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협곡에 물이 없다는 것이 옥에 티였다.
트레켕 첫째날 300미터에 이르는 유리잔도를 걸을 때는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아찔함을 스스로 버텨내며 즐거움으로 반전시켜 주었다. 오후부터 왕망령을 보고나서 12킬로 거리의 구련산 트레킹을 시작하였는데, 절벽가를 걸으며 맞은편에 펼쳐지는 장대한 협곡은 트레킹 종료내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거의 비슷한 풍광을 보니까 약간은 신비함이 감소되었다. 구련산 트레킹 후에는 또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숙박 호텔로 가야하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의 재촉은 여행의 푸근한 즐거움(사진 촬영, 약간의 휴식 등)을 앗아 가 버렸다. 나는 6학년 4반으로 이번 팀 중 연장자였다. 늦음으로 인해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나니 앞으로는 트레킹 여행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트레킹 종료지점에서 먼저 도착한 분에게 '얼마나 기다렸어요?' 물어 보면 대개가 5분 내지 10분 정도 차이가 났다. 좋은 장소가 나타나면 사진도 찍고, 그 장소에 대한 가이드의 재미나는 설명 등이 없었음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밤 9시 넘어 호텔로 이동하여 기진맥진 저녁을 먹고 잤다. 내가 보기에 왕망령은 그 풍광이 구련산 트레킹 동안에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보아, 왕망령 코스는 생략하고 곧 바로 구련산 트레킹을 시작하는 것이 시간 상 여유있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
2번째 통천협 트레킹은 전날의 피로감을 감안한 것으로 무난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세번째 트레킹은 이번 여행의 꽃이라는 북태항 트레킹이었다. 걸어가야할 거리를 생각하면 설레임과 동시에 부담감도 교차하였다. 또다른 현지 가이드가 합류되었는데, 이 분의 역할이 무엇인지? 기존의 현지 가이드가 맨 앞장서서 가고 나면 맨 뒤쪽의 나의 시야에서 대부분 보이지 않았다. 엉컹퀴 가시풀이 천지에 깔려있고 길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각개전투로 엉겅퀴 풀섶을 헤치고 나가야 했다. 적어도 혜초가 개발한 코스라면 경비를 좀 들여서라도 어느정도 가야할 길을 정돈하든지, 현지 원주민 가이드가 풀섶을 쳐 주면서 안내하든지 했어야 하지 않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총 7시간 가량 걸어서 이번 코스를 종주하였는데, 중간 중간에 정말로 멋진 풍광들이 많이 있었다. 사진도 찍으면서 몇분만이라도 즐기고 싶은데 가이드 세분(기존현지가이드, 보조가이드, 원주민가이드)은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다. 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이게 트레킹 재미인가?
종료지점에 도착했더니 지난밤 묵었던 호텔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권 1개가 그 호텔에 있단다.
트레킹 시작할 때부터 모든 여권과 단체비자는 가이드가 보관하였는데 어찌 이럴수가? 그것도 나의 여권이란다. 오늘도 파김치가 되어 버스에 타서 4시간 가량 지나서 밤 9시 넘어 저녁을 먹고 잤다.
내가 길게 감상평을 쓰는 이유는 향후 다른 분들의 행복한 트레킹을 위해서이다.
끝으로 나의 총평으로, 나의 체력이 증진되지 않는한 이러한 형태의 트레킹을 하기가 자신이 없다는 무력감을 얻었다는 것이고, 하도 고생을 해서 이번 트레킹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없다는 것이다.
혜초 여행사 담당자분께
좋은 글 올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나 좋은 점은 80% 이상입니다. 그저 20% 정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을 중점적으로 작성했을 뿐입니다.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나날이 번성하는 혜초여행사가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