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목 북알프스 오모테긴자&야리 등정 5일
작성일 2019.07.31
작성자 이*원
상품/지역
트레킹일본
오모테긴자, 이름값 한다.

P. 입술이 터졌다. 윗입술 왼쪽 꼬리 부분이다. 몇 날을 날밤을 새웠어도, 논문을 쓰느라 몇 달 동안 과로해도 끄떡없었는데, 겨우 3일 동안 산행했다고 입술이 터지다니, 내가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작년(2018년)에 북알프스 다이기렛토 5일(상품평, 이*원, 2018.08.06. 꼴찌지만 해냈다)을 다녀왔고, 오모테긴자를 추천받았었다. 올여름 휴가 때는 좀 쉬운 중앙알프스를 갈까 전화 문의를 했고, 마침 한규호 대리(이하 한 대리)와 통화했다. ‘중알보다는 오모테긴자가 훨씬 좋아요’, ‘7월 25일요? 제가 인솔하는데요!’, 인솔한다는 말에 주저없이 곧바로 계약했다. 한 대리에 대한 기억이 좋았고, 그의 유능함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0. 나고야 공항에서 그를 만났다. 한 팀을 보내고, 우리 팀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간 가장이 되었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지만, 여전히 장난끼 많은, 그러나 더 젊어진 것 같다. 약간은 지루하게, 좁디좁은 도로를 한참 달려 나카부사 온천 산장에 도착, 저녁 먹고, 긴장감에 살짝 온천물에 몸 담그고... 다섯 명의 중년 남자는 늦게까지, 유쾌하게 술을 드신다. 내일부터는 분명 힘든 산행이 될 텐데, 그렇게 술을 드시고도 가능할까? 자신감의 발로인지, 무모함인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 첫째 날, ‘등산구부터 엔잔소까지는 거리 5,5km에 고도 1,300m를 올라가야하는 코스로, 북알프스 3대 급등 구간으로 꼽힙니다’라고 홈피에 쓰여있다. 작년 첫째 날, 야리가다케 산장 가는 길이 생각난다. 악몽이었다. ‘또, 그런 길!’ 그러나 작년보다 준비를 더 차분하게 했고, 내 몸을 믿어보기로 했다. 중간중간 쉼터에서 쉬면서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런데 이번엔 엉뚱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어지럼증’이다. 여기 오기 10일전부터 어지럼증이 발생했는데, 내과가서 혈액 정밀검사를 해도 이비인후과가서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다길래 왔다. 그런데 몸이 좌우로 출렁거리니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매형이 옆에 계셔서 다행이다. 매형이 안 계셨다면, 함께 오지 않았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땀이 몸에서 퐁퐁 솟아난다. 탈수 증센가? 전해질 부족인가? 함께 간 팀원이 소금도 주어서 먹고, 겨우 엔잔소 도착. 포카0도 사먹었다. 츠바쿠로다케는 중간만 갔다가 왔다. 점심 먹고, 엔잔소부터 다이텐소가는 길은 눈이 시원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계속, 되돌아갈 수가 없다. 앞으로 가야만 한다. 멀쩡하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 저녁 먹고 자면서 기원했다. ‘제발~~~’

2. 둘째 날, 밤새 검찰총장이 주인공인 꿈을 꾸며, 꿈속에서도 ‘제발~~~’기원하며 푹 잤다. 다행히 가뿐하다. 이런 트래킹이 좋다. 계속 오르기만, 계속 내려가는 길이 아닌, 좌우로 풍광을 보면서 걷는 길이 좋다. 오른편으로 북알프스의 연봉이다. 멀리 야리가다케도 보인다. 이걸 보려고 오모테긴자를 오는가보다.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묘사하기도, 기술하기도 난감하다. 와서 걸으며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ABC에서 직접 보는 안나푸르나 남봉+α를 어떻게 글로 와닿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직접 가서 보고 느껴야 한다. 오모테긴자, 이름값 한다. 어지럼증은 간간이 나를 괴롭혔지만, 즐길 수는 있었다. 야리가다케 산장 가는 능선 왼쪽으로 작년에 올랐던 길이 보인다. 끔찍! 그때 봤던 오른쪽 길이 내가 지금 오르는 길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2시경 도착, 오후에 야리가다케는 오르지 말란다. 올해는 오를 수 있었는데, 힘이 좀 남아 있었는데... 아쉽다.

3. 셋째 날, AM 3시 30분 기상. 밖에 나가니 짙은 안개에 바람이 심하게 분다. 5시에 아침 먹고, 몇몇 분은 야리가다케에 올랐다. 나와 매형은 안 오르기로 했다. 오모테긴자는 마지막날까지 기대에 부응했다. 비 맞으며 내리막, 오르막, 내리막, 오르막...점심먹고 한번 더 오르막 후에 지루한 내리막이다.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걷기도 하고, 눈 녹은 차가운 물에 얼굴도 씻었다. 걷고 또 걷고, 발바닥에 불이 난다. 차 타고 숙소 도착. 3일 만에 이를 오랫동안 닦고, 머리를 벅벅 감았다. 저녁 먹으니 피로가 몰려온다. 맥주 한 캔 먹으러 나갔다가 그 다섯 분이 술을 먹고 계시고, 술 좋아하는 내가 마다할 수 없었다. 모대학 산악부 출신 선후배 4명+1명이었다. 어쩐지~~~ 함께 즐겁게 술 마시고 쓰러져 잤다.

셋째 날부터 어지럼증은 없어졌다. 신기한 일이다. 별의별 상상을 다했었는데...

E. 한 대리는 연속해서 두 번의 힘든 트래킹을 가이드했다. 전혀 지쳐 보이지도 않았고, 피곤한 내색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비록 차 안에서는 잠을 많이 잤지만). 혜초여,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유능한 인재를 그렇게 혹사하지 마시라. 좀 더 세심하게 중간중간 코스에 대해 설명도 더해주고, 주변 경관에 대해 더 알려주고, 전반적인 일본 트래킹 문화에 대해 더 얘기해주고...대부분 처음 온 고객들에게 가이드가 할 수 있는 본연의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할 수 있었는데, 베테랑의 경지에 올라선 그가 조금 더 그러지 못한 것은 그 탓이리라. 내년 10월에 EBC를 인솔한다면 간다고 했다.

PS: 시절이 하 수상하여 이번 트래킹을 잠깐 망설였었다. 0베는 싫지만, 산은 싫지 않다. ‘Forgive, Not Forget’ 당분간 갈 마음도, 가고 싶지도, 갈 곳도 없다.
평점 5.0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5 식사5
정보
작성자 이*희
작성일 2019.07.31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이경희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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