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9~08.01스페인북부+피레네+포르투 14일(EK)
올해의 나는 결코 치열하지도 않았고, 결코 열정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흐르는 시간 속에 몸과 마음을 싣고 조금은 냉담한 채로
흘러가는 그런 무표정한 일상이었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해방구가 필요했기에 작년부터 도전했던(?) 이 상품을
선택했다.
십 년전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던 스페인 남부와 혜초의
북부 일정표를 맞추니 그제서야 '스페인'이라는 퍼즐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이 상품의 일정표는 느긋하면서도 촘촘했고, 촘촘하면서도
그 어디쯤에는 여백의 숨길들이 있어 내 안의 무표정한 것들을
뱉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결과는....
정리하자면(관광지에 대한 소회는 생략)
1. 혜초는 참 영리한 여행사다.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것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안겨준다.
- 혜초에서 건네준 일정표 등이 들어있는 투명팩 속의 흰 봉투
에는 혜초의 마음을 담은 메모와 숙박일에 맞춰 매너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액권이 들어 있어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 현지 사장님께서 준비한 두툼한 간식 봉투에서 느껴지던
준비한 이의 따스한 다음과 정성.
- 매일같이 소중한 이의 생일 잔치에 초대된 것 같았던 맛있는
코스 요리와 와인이 함께 했던 식사는 맛 뿐만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까지 완벽하게 선물했다.
덕분에 삼 개월 동안의 다이어트로 나름 홀쭉해졌던 남편의
배를 짧은 시간에 원상복귀시키는 마술을 부렸다.
- 살라망카에서 맞는 남편의 생일날,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객실에 들어선 우리를 반기는 것은 생일 축하 카드와
정성스럽게 세팅된 와인이었다.
그리고 김이지과장님이 준비해준 케잌과 동행들의 축하와
와인잔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
스페인의 밤하늘에서는 아름다운 불꽃들이 팡팡 터지고
있었다.
혜초 대표님께서 이렇게씩이나 격하게 축하를? ㅋㅋㅋㅋ
사실 그 날은 스페인의 무슨 축제일이었다고 한다.
아름답고 고마운 한 여름밤이었다.
2. 14일간의 동행
패키지 여행은 무엇보다도 서로의 보폭과 무관심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부부를 포함한 17명의 보폭 맞추기는 거의 완벽했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도, 너무 멀리 서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고, 누구 한 사람 목소리 크게 높이지 않았고,
누구 한 사람 얼굴을 붉히지 않았고,
누구 한 사람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서로를 배려하며 유유히 흐르는 물결처럼 평온한 길벗이었고,
감사한 길벗들이었다.
3. 인솔자와 현지가이드
- 무엇인가 불안하여 고개를 돌리면 늘 눈빛이 보이는 곳에
우뚝 서서 웃어주던 다정한 사람.
남편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방긋 웃는
얼굴로 "찍어 드릴까요?"하며 나타나는 사람.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쯤이 되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즉석떡국을 나눠주던 다정한 사람.
바로 한국에서부터 우리와 함께 한 인솔자 김이지과장이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늘 그녀가 있었고, 그런 그녀의 존재감은
여행내내 우리에게 든든한 위로가 되었다.
- 첫 만남에 잇몸을 죄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는
그녀에게 나는 모든 긴장과 경계심을 해제시켜 버렸다.
스스로를 겸손하게 낮출 줄도 알고, 때로는 농담처럼 스스로를
높일 줄 아는 그녀의 자신감은그녀 안에 장착된 가이드로서의
완전한 갖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함께 한 시간들이 참 유쾌했다.
깔맞춤과 최선의 편안함이 레져룩의 정석(?)이라고 우리를
즐겁던 했던 그녀가 마지막 날 살랑거리는 쉬폰원피스에 곱게
단장을 하고 온 모습에 놀라는 표정을 지으니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서요..."라며 수줍던 웃던
그 모습에서 우리들에 대한 그녀의 진심이 전해져 오면서
목젖이 쩌르르 울려왔다.
그럼요. 그대는 충분히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오.
최선영가이드님!
4. 호텔
혜초만의 특별함은 호텔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혜초의 수고와
섬세함에 감동 받는 순간들이다.
우리가 묵었던 대부분의 호텔은 일정표에 없는 또 하나의
멋진 관광지였다.
내가 찍었던 많지 않은 사진 중 가장 멋진 사진은 대부분
호텔 객실에서 찍거나 주변을 산책하면서 찍은 것들이다.
그네들은 자신들을 외면하고 그저 잠을 자는 것은 결코
자신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우리를 끊임없이 불러내고
또 불러냈다.
덕분에 남편과 나, 오롯이 둘만의 또 다른 여행이 어둠이
내리지 않는 밤에,
새들이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에 시작되고 또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네들에게 잠을 양보했고 덕분에
스페인산 다크써클이라는 녀석과 함께 귀국했다.
5. 총평
그렇게 11박 14일의 여행이 신발 속 작은 모래알 같은 작은
돌출도 없이 끝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장 오래 된, 세상의 끝,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과 끝.
그런 상징성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곳들은 그 곳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또한 벅찼지만, 나는 그 곳들에 이르는 과정들이
더 설레었고, 그 과정에 함께 했던 길벗들과의 시간들이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저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었다.
혜초는 그 흔한 가성비가 아니라 가심비로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킬 줄 아는 예술가같은 여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품격있는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어? 라며
고객 스스로가그 답을 내리고 만족하게 하는 그런...
혜초와의 첫 만남이 내 스스로는 벗겨낼 수 올가미가 되어
앞으로의 모든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묘한 흥분감이 가득 찬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혜초는 여행의 대명사로 우뚝 설 것이라는
그 예감!
그래서 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