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열차를 타고 무르만스크까지!
1635km를 달려 오로라가 펼쳐지는 눈의 왕국으로!
드디어 러시아 북극권 지역의 겨울 풍광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핸썸가이 '키릴'을 만나 저녁을 먹고 기차역으로 이동. 약 34시간, 1635km, 아빠찌뜨이까지 내달릴 북극열차에 탑승하였다. 4인1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2층 침대, 좁은 공간에서 4명이 함께 숨쉬며 이틀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난감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한의 공간 활용으로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몸을 누이니 살짝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지금부터 순간 순간을 오롯이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과 설원을 바라보며, 시간을 잊은 채 내달리는 열차에 몸을 맡기고 있다보니 어느새 새벽 공기와 마주 할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에 다다랐다. 여기서는 우리가 타고 왔던 4인실 1량만 떼어내서 다른 열차에 연결한다고 했다. 약 2시간의 정차 시간이 주어진 만큼 역사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가들은 오픈 전이라 마트에 들러 약간의 먹거리를 장만하고 버거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다시 열차에 탑승하였다. 다시 24시간 가량 달려 아빠찌뜨이 역에 도착. 전용 차량에 탑승하고 나니 금새 북극열차에서의 낭만이 그리워진다.
벌써 3일차, 키롭스크에서 스톤 박물관 관람과 스노우 모빌 사파리 투어를 마치고 무르만스크로 이동한 우리는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1차 오로라 헌팅에 나섰다. 하지만 무심한 하늘을 원망하며...
4일차, 세계의 끝으로 불리는 테리베르카로 가는 길.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 극야 속에서 맞는 신비로움이 묻어나는 설원은 말이 필요없는 무아지경이다.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히로코가 되어 보기도 하고, <레브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사냥꾼 휴글래스의 역을 맡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북극 해안선 투어를 마치고 2차 오로라 헌팅에 나섰다. 오로라 지수가 높다고 하더니 사진 작가님까지 동승해서 어제와는 다른 방향의 어둠 속으로 찾아갔다. 이윽고 한밤중이 되자 하늘 한쪽 켠에서 연한 녹색 빛이 엷게 퍼진다. 더 진한 색을 뿜어 내길 기대하며 밤은 깊어가지만 또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5일차, 세계 최초의 원자력 쇄빙선 레닌호 박물관 관람과 개 썰매/순록 썰매 체험을 마친 우리는 3차 오로라 헌팅에 나섰다. 불빛이 없는 어둠을 찾아 내달리던 버스가 점점 속도를 줄인다. 현지 사장님의 눈에 포착된 녹색 띠, 분명 오로라였다. 너나 할것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오로라를 맞이한다. 한참을 그렇게 녹색과 적색의 황홀한 오로라 쇼를 관람한 우리는 무르만스크에서의 마지막 밤을 멋지게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무르만스크를 떠나 모스크바 국내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크렘린 궁, 아르바트 거리, 굼 백화점...야경 투어에 나섰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화려하게 변신한 붉은 광장 주변은 두 번이나 들렀던 모스크바에선 느낄 수 없었던 멋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관람으로 마무리 하고 조금은 짧은듯한 일정을 아쉬워하며 국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러시아 서북쪽 끝 북극 해안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로만 생각했던 무르만스크! 화려함과 고급진 음식, 잘 정비 된 도로, 발전 된 도시 외관 등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잘 짜여진 일정과 해박하고 겸손했던 현지 가이드 키릴, 현지 사장님 덕분으로 편안한 여행이 되었음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분,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고 우리들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시느라 힘드셨을 김종민 부산 지사장님께 크나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하신 팀원님들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