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편한 여행만 고집하는 저와, 산이라고는 올라가 본 적도 없는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큰 걱정을 안고 시작한 밀포드트레킹,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 아이들은 돌볼 틈도 없었는데, 일행분들께서 아이들에게 스틱 잡는 것도 가르쳐 주시고, 물도 나눠 주시고, 강풍에 날아갈 뻔했을 때도 잡아 주시고, 격려와 함께 밀고 끌어 주시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초보에게 밀포드 산행은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지칠 즈음 한 번씩 나타나는 숨 막힐 듯이 아름다운 경치가 함께 있어 정말 해 볼 만한 산행입니다.
밀포드 산행에서는 최대한 짐의 무게를 줄여 가시길 권합니다. 사실 수건, 화장품, 드라이기, 후리스(바람 때문에 춥기 때문에 경량패딩 하나면 충분합니다), 여벌의 등산복(세탁시설이 매우 잘되어 있어 더러워지면 매일 빨아 입을 수 있습니다)등만 줄여도 좀 더 쉽게 산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쵸우의는 강풍에서는 매우 위험하고 폭우에는 거의 기능을 못합니다.

마운트 쿡 샬레 마당에 아이들과 함께 누워서 본 쏟아질 듯한 수많은 별과 은하수, 별똥별들은 평생 잊지 못할 한 장면이었습니다. 어두워야 더 잘 보인다며 서둘러 방에 들어가 불을 꺼주시던 따뜻한 마음도 감사했습니다. 후커밸리 빙하도 멋있었지만, 멋진 마운트 쿡에서 다른 빙하 한 곳쯤 더 볼 수 있도록 스케쥴이 조정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작은 아이가 제일 기대하던 통가리로 산행길은 수많은 계단과 돌무더기를 올라가는 힘든 길이었지만, 정상에서 본 예쁜 에메랄드 호수와 레드크레이터는 너무 그림 같아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모래와 자갈길은 매우 미끄러워 스틱은 꼭 지참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더우시더라도 장갑은 꼭 끼시실 바랍니다, 햇볕이 너무 강해 저처럼 손등에 화상을 입거나 벌레에 물려 고생하실 수도 있습니다

밀포드트레킹에서 다리를 다쳐 제일 끝에 뒤 쳐져서 늦게 내려온 아들과 끝까지 웃으면서 함께 해주신 안도경 가이드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지루할 틈 없게 해주신 남섬 민웅기 가이드님, 정성스런 ppt 준비와 열정으로. 함께하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주신 북섬 최수현 가이드님, (특히 통가리로 산행 마지막의 멋진 선물은 감동이었습니다.) 다리 괜찮으냐며 엄지 척 해주시던 인상 좋은 굳 드라이버 데이비드 할아버지, 세심하고 착한 마음 씀씀이가 잘생긴 얼굴만큼 빛나는 순수 청년 나영제 인솔자님 모두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날 밤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 키가 한 뼘쯤 더 자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밀포드 트레킹 코스가 가장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또 가고 싶다는 딸애, 통가리로는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었다며 꿈을 꾼 것 같다는 아들아이, 아침에 일어나면서 레드우드 수목원에서 조깅하면 정말 행복할 텐데 하는 남편까지, 아직도 뉴질랜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하고 큰 축복입니다. 이를 가능케 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