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다녀온 지 어느새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네요.
사실 저는 여행을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고요. 그저 동네 혹은 대구 시내만 줄기차게 걸어다니는 타입이었지요. 정말 이 냄새 소음 공기만 없다면 걷기가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던 어느날, 우연히 혜초여행사의 산티아고 순례길 상품을 만났어요. 처음엔 40일 800키로 걷기를 선택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예전 등산 때 다쳤던 무릎이 저를 잡더군요. 혜초에 사정을 얘기하니 하루 뒤의 16일코스를 추천하더군요. 그것이 제 행운의 시작이었어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인천공항에서의 첫 대면, 그리고 전 일정 내내, 끝나는 날까지 오빠처럼 배려하며(물론 그 배려심은 모든 팀원에게 똑같았지만 제겐 오빠 연배이시라^^) 살펴주신 한필석 상무님은 패키지여행에서 인솔자 복이 얼마나 큰가를 알게 해주셨고요, 혼자 간 제가 만난 룸메이트 최경자님은 정말 저랑 어쩜 이렇게 맘과 몸이 잘 맞을 수 있을까 싶게 모든 면에서 perfect 였습니다. 거의 소울메이트였지요!! 제 운은 현지가이드 지나씨에서 아주 방점을 찍었어요^^ 몸 사리지 않는 배려와 해박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음악, 시 등 모든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 결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열정, 자신의 일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그에 상응하는 능력,, 그녀는 그냥 가이드로만 있기엔 참 아깝다 싶을 정도였어요!! 가녀린 몸이지만 아마 800키로였어도 내내 그랬으리라 싶은 그 체력! 존경합니다~~!!
우리 팀원도 하나하나 제겐 큰 스승님이셨어요. 모두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듯 해서 생략해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답니다ㅜㅜ 우리팀 25분, 모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여기에 엄청난 함축이 있어요!!!)~~
비록 250키로였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의 정수를 맛보았던 것 같아요. 초반의 밀밭과 유채꽃밭의 감동, 이어지는 언덕의 바람, 낮은 나무들 사이로 청명하게 이어지던 산길, 그리고 소똥냄새 정겹던 시골 마을길까지
모든 게 마치 누군가가 그린 그림 같았지요. 그런 게 너무 좋아서 정작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는 좀 아쉬웠어요..(물론 제가 순례 목적이 아닌고로^^;;)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나온 16일이 꿈에 떡본 듯 하지만 제 기억(순례자증명서는 있지만 그거 언제 보나요?)은 제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음을 일깨워주네요. 그 기억이 앞으로의 제 삶에 좋은 영향을 주리라 믿습니다. 혜초여행사, 한상무님, 지나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