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일주12일> 2022.09.04.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지금 이슈는 라오스에서 명명한 ‘힌남노’의 걱정과 우려가 가장 크다. 모쪼록 아무일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 혹여라도 북상한다면, 최저로 그 피해가 적기를 기도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세계뉴스를 접하는데, 다녀온 곳의 비보를 듣게 되는 날이면 내마음도 걱정과 우려와 우울 등이 뒤따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그 안다는 것과 몰랐던 것에 대한 차이는 엄청나다.
이제는 어제 뉴스가 됐지만 현재 가장 안전하게 여성 혼자서도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 1위가 우리가 다녀온 아일랜드였다!!! 내가 다녀온 곳의 평가가 좋으니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을 다녀오면 며칠은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10여일 다녀왔으면서 무슨 엄살을 이리도 피울까 싶지만,.. 그 곳에서의 경험의 양만큼 그 후유증도 심하게 마련이다. 이 번 여행은 긍정적인 후유증이다. 이번 아일랜드 여행은 그 추억과 기억과 여운이 오래갈 듯하다. 그만큼 구성원이 훌륭했고 지역이 훌륭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100프로 만족은 없다. 모든 일에 옥의 티가 있듯이 완벽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내여행의 기록 중에 여행의 3박자가 훌륭하게 맞았던 여행중에 하나이다. 여행지가 그러했고 혜초의 기획능력과 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하나를 꼽자면 나는 사람이다. 여행지인 공간보다도 사람에 대한 기억이 가장 오랫동안 남는 것 같다. 이것은 내 생각이니까 또 다른 사람은 다르게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경험한다. 과거의 역사와 공간속의 집적물을 현재의 어느 시점에 내가 가서 느낌을 받아서 돌아오고 그것은 미래의 어느 날까지 내 자신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여행은 그곳의 자연과 인공적인 여러 풍광과 문화 유적과 역사와 예술을 아우르면서 최대한 본인이 움직인만큼 얻어오는 경험의 총화 일 것이다. (물론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거기에 더한 알파가 주어지기도 하겠지만,..) 단체여행에서는 더욱더 사람이 중요하다. 나는 왜 여행사의 단체 여행을 떠나는가? 한마디로 공부하기 싫어서다. 철저한 준비인 예습이 필요 없고 내걱정을 덜어주고 안전하게 여행지를 가이드해주는 여행기획사가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전문가 시대의 장점이다. 물론 단체여행에서는 지켜져야 할 룰이 있기 마련이다. 나 홀로의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져야 할 시간약속과 구성원들을 위해 조금씩은 나의 욕심은 드러내지 않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래야 모두의 만족도가 높아질 테니까 말이다.
드디어 2022년 8원 17일에 아일랜드행 비행기에 오른다. 두바이에서 환승해서 수도인 더블린으로,.. 비행기가 이륙할 때마다 날개죽지에서 날개가 슬며시 돋아나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던 한 때도 있었지만, 경험이 중첩되면 그 또한 무뎌 지게 마련이다. 이제는 덤덤하게 떠나서 다른 문화지역을 이방인으로서 최대한 조용히 돌아보고 돌아오는 여행을 하고싶다. 살아가면서 남을 도와주면서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겠지만 그만큼 체력과 인격이 뒤따르지 못하니 남에게 폐를 안 끼치는 정도로 나의 삶을 영위하도록 생활 목표를 바꿨다. 나이를 먹어가니 내가 너무 피곤하면 건강을 헤치기 쉽고 나의 존속을 위해서 그러하기로 노선을 바꿨다. 그러나 나 편하자고 남을 불편하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여정 중에 대화를 나눠보면 역시 혜초 마니아들이 참 많이 있음에 놀라지만 그것은 당연한 결과 일 것이다.
더블린에 도착하니 자그마한 체구의 바지런한 첫인상을 주는 남자 현지 가이드님이 나오셨는데, 이 분을 만나게 됨은 큰 행운이었다. 특히나 단체여행에서는 현지 가이드님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끼리 통용되는 헨리박 가이드님은 참으로 해박하고 유머 넘치며, 세계사를 씨줄과 날실로 엮어가며 음악과 문학, 영화, 미술까지 예술 총체를 아우르며 거기에 유머는 덤으로,..일행들의 피로도가지 고려해 가면서 입담을 풀어 놓으셨다. 물론 고국에서부터 우리 일행을 알뜰살뜰 섬세하게 챙겨주는 이지 과장님도 그 한몫을 톡톡히 했으므로 이번 아일랜드 여행의 결론은 대만족이다. 내가 내린 결론이지만 아마도 이번 여행의 일행분들의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제 여행을 크게 준비없이 여행사를 통해 가볍게 떠나고 싶다. 젊은 날의 예습을 열심히 해 갔던 단계에서, 여행 동지들이 생겨서 함께 떠났다가 돌아와서 공부를 더하는 복습형 여행 단계를 거치다가 이제는 돌아온 후 복습도 소극적으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추억과 기억을 저장고 깊숙이 처박아 두고는 했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비슷한 연령대와 감성이 비슷한 아나로그적 감성이 뭉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었다. 사람은 모여 사는 이유가 나눔에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서 세상사에 안타까운 점들이 속속 드러나기도 했지만 나눔의 미학은 실로 우리들 삶 속에서 그 가치는 대단하다.
우리의 여행은 12일 여행일자 중 이틀은 비행기에서 오며 가며 보내니 실제 여정은 열흘 동안의 아일랜드 지도 한바퀴를 도는 것이다. 여정 중에서 아픈 역사의 상흔이 아직도 이어지는 벨파스트의 ‘평화(?)의 벽’, 과연 평화가 맞는지 의심스럽지만,..(3단계로 높이가 높아지는 장벽이었다.) 그래도 그 곳은 밝은 시간대는 서로 왕래를 할 수 있다는 점, 그 하나만은 지금 우리의 시점에서 부러운 점이었다. 역사의 현장에는 피 흘려 가며 정의를 지켜내는 지역이 있고 그 숭고함을 반드시 기억해야하는 장소도 존재하고,..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는 지역이 있으니,..그 곳에도 평화가 깃들길 소망해본다.
아일랜드의 자연풍광들이 주는 가치는 손대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미가 제일이다. 안개가 살짝 덜 걷힌 모허 절벽이 그러했고 가을의 끝에서 겨울을 재촉하는 아일랜드 온 들판의 보랏빛 헤더 꽃의 만발은 그 절정에 달했었다. 다크헤지스의 너도밤나무길의 비현실적인 터널, 이니스프리 섬을 보기위한 페리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이언트 코즈웨이,.. ㅡ인간의 말문을 막는 자연의 위대함! ㅡ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말문을 닫고 하염없이 그 곳을 바라만 봐도 가슴이 벅차오르겠지만, 이곳은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바람 때문에 실제로는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이외에도 대서양을 바라보는 앵거스 절벽과 로자빌 항구, 이니시모어 섬, 헤이즐 우드, 버른 국립공원, 이베리아 반도를 둘러보는 ’링오브게리’ 투어, ㅡ이 곳 중 아일랜드 남부 쪽에 위치한 ‘Mall’s Gab’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리산의 위치 정도인데, 우리와 비슷하게 아일랜드 내전의 격전지이며 파르티잔(빨치산) 활동의 거점지였으니 그 감회가 남달랐다. 나는 아일랜드 여행을 떠날 때 맨 먼저 떠오르는 경험이 켄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영화 한 장면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내 기억을 고집하고 있어서 이곳을 지날 때에는 그 감회가 남달랐다. 다만,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차창 밖으로 연속사진을 찍어야 했고 동영상을 찍어와서 몇 번 이나 돌려본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런 위대한 자연 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유적지들,..초기의 수도원 터인 글렌달록이나 환상유적지, 사랑의 정표로 지어진 순결하고 고귀한 건축의 카일모어 수도원, 욕망과 호화로음의 집적지인 킬케니 성, 애프터눈 티로 눈 호강을 즐겼던 파워스코트 가든, 우리의 서울대학교와 비교할 수 있는 트리니티 대학건물과 그 부속건물안의 고대문헌부터 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롱룸,..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탄생시킨 지역들과 그 주인공들,..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 조지 버나드 쇼,.. 그 외에도 오스카 와일드, 그들의 독특한 동상과 관련 건물을 탐방하고 그들의 무덤이 있는 수도원을 둘러보고,..어설프지만 기록들도 훑어보고,.기네스 하우스 방문으로 기네스 공법과 역사, 맥주 시음,.. 아일랜드인의 슬픈 이민사와 타이타닉호와 관련된 전시장이 있는 코브 헤리티지 센터와 코브항 주변,..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도 혼신을 다해 관련 이야기기를 전해주는 헨리박 가이드님 이었다.
아일랜드를 한바퀴 돌았으니 다시 더블린에서의 마무리 하일라이트 여정인 멋진 리버댄스 뮤지컬 공연! 그들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는 멋진 아일리쉬 댄스 공연의 밤을 즐겼다. 열광하며 손바닥이 벌겋게 되도록 손뼉을 치고, 두시간 넘는 1, 2부 공연에 넋을 빼고 환호성을 질러 댔다. 센스 있는 헨리박 가이드님이 막간 쉬는 시간에 딱 필요한 아이스케이크를 돌렸다. 아! 그날 밤은 우리 이지과장님을 비롯하여 청춘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댄서 남/녀 주인공에게 홀딱 빠져서 정신을 못차리기도 하였으나,.. 그래도 밤은 깊어 가고,.. 그날 밤은 귀국을 위해 아쉬운 가방을 꾸려야 했다. 돌아오는 날 아침,.. 바쁘게 더블린 시내를 돌면서 우리의 헨리박 가이드님은 우리를 이끌고 제임스 조이스의 발자취를 쫒고, 오스카 와일드를 이야기하고,..아쉬움을 뒤로한 채,..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공항으로 고고,..
<사진1>ㅡ벨파스트의 ‘평화의 벽’ ㅡ달라이 라마의(OPEN YOUR ARMS TO CHANGE, BUT DON’T LET GO OF YOUR VALUES -DALAI LAMA) 문구가 있다.
<사진2>ㅡ차창 밖으로 바라본 Mall’s Gab ㅡ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촬영지
<사진3>ㅡ아일랜드 평원을 보라빛으로 물들인 '헤더'꽃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