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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로미테] 알타비아 No.1 트레킹 11/12일
작성일 2022.08.09
작성자 이*원
상품/지역
트레킹유럽
돌로미테, 알타비아 No. 1! 이 멋진 길을 걸었다.

P. 이번 트래킹은 즉흥적으로 판단, 결정하여 가게 됐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알프스 대장정 트래킹 17일을 다녀왔고, 곧이어 다른 트래킹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취소되는 바람에 대신 갑작스럽게 실행에 옮긴 트래킹이다. 예전 ABC 갔었을 때 주위 사람으로부터 돌로미테가 꽤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었고, 알프스 대장정 때에도 3일 동안 강렬한 맛을 봤기에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다만, ‘내가 3일 동안 본 게 전부면 어떡하지?’란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한 기우였다.

1. 멀고도 먼 이탈리아, 인천-두바이-환승 대기-류블라냐-버스타고 브루넥, 지친다 지쳐. 도대체 몇 시간 걸렸나? 후회막급! 캐나다 갈 것을... 브루넥 호텔은 지난번에 3일 동안 묵었던 숙소라 익숙하다. 다음날, 늦잠. 오 마이 갓! 매형의 빈자리가 크다. 내 루틴이 왕창 깨졌다. 허겁지겁. 알타비아 NO. 1 코스의 시작점인 브라이에스 호수, 항상 첫 시작이 힘들고 첫날이 힘겹다. 경치는 처음부터 매력을 뽐낸다. 알프스 대장정 다녀온 후유증과 자만으로 몸 관리를 안 했는지 허벅지와 종아리에 경련, 거기에 복통까지. 비엘라 산장에서 연거푸 맥주를 마시고, 점심 조금 먹고 겨우겨우 첫 산장인 페데루 산장.

연속 5박이 산장이다. 낭만? 그런 거 별로 없다. 외관은 멋있고 시설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잠자는 숙소일 뿐이다. 아침 출발 일정이 대체로 678이다. 6시 기상, 7시 아침식사, 8시 출발. 급하게 걷지는 않았다. 여유 있게 걷고 점심 먹고 4시에서 5시 사이에 도착, 쉬고 맥주 마시고 저녁 먹고 자고. 반복이다. 5박 중 4박을 2층 침대에서 잤다. 좁고 심지어 안전 난간도 없다. 벌떡 일어나다가는 이마가 깨질 수도 있었고, 좌우로 뒤척이다가는 떨어질 수 있었다. 최소한의 몸부림으로 겨우 잤다. 야전 생활이 별로 없는 분들은 꼭 해보시라.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다. 산장 주위의 풍경도 환상적이다.

2. 멀리 거제에서 온 분이 있었다. 산행 중에 밀짚모자를 쓴다. 나한테 가장 어울리는 모자도 밀짚모자였다(지금은 안 쓰고, 쓸 일이 없다). 커다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수시로 이것 저것 찍는다. 거의 작가 수준이다. 알고 보니 고교 졸업년도가 같은 동기다. 나는 거제 촌놈이라고 놀려댔다(사실 촌놈은 내가 더 촌놈이다). 섬뜩할 정도로 생각이 비슷하다. 고인이 되신 김열규 저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이 있다. 은밀하게 특정 대상, 특정 상황에 대해 욕하며 잠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다.

트래킹 첫날부터 특유의 갱상도 사투리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다양한 감탄사는 트래킹 내내 쉬지 않고 계속됐다. 사진도 엄청나게 찍어 댄다. 하루이틀 찍으면 지칠 만도 한데 주구장창 찍어댄다. 열정적인 작가 정신이다. 정말 그럴만도 했다. 걸으면서 보는 풍광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이었으며, 비슷하면서 다른 경치다. ‘어떻게 저런 바위산이 있을 수 있지?’ 상상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만들 수 없는 자연의 걸작이다. 그런데 걸작이 많아도 너무 많다. 요리 보고 조리 보고, 가까이에서 보고 멀리서 보고... 하나같이 개성이 넘친다. 이런 작품을 보다 보면 미적 감각, 심미안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명품(?)이 많은 것일까?

3.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특히, 예쁘고 잘 생기고 멋진 것을 선호한다. 인지상정일 수 있다. 이번 트래킹에서 홈피 소개 사진이나 엽서에 나오는 특출난 풍광들을 실컷 봤다. 크로다 델 베코, 레흐 고개, 치메 스코토니, 알페 디 라가주오이, 토파네 산군, 친퀘토리, 크로다 다 라고 산군, 라 구셀라 북벽, 펠모, 치베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등. 이름? 잘 모른다(홈피에서 보고 적었다). 걸으며 그냥 마음껏 봤다. 몇몇 걸작은 최대한 각인시키려 스케치했다. 배우지 않은 스케치 실력이지만, 그래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트래킹은 색달랐다. 사진에 나오는 그 잘난 모습도 봤지만, 걸으며 옆면, 뒷면도 보게 되었다. 자연은 기꺼이 자기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준다. 숨기지 않는다. 체면도 없고, 허세도 없고, 가식도 없고, 위선도 없다. 그 멋진 모습이 영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것이다.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준다. 인간들은 어떤가? 나는 어떤가?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난 별 관심이 없었다. 거제 촌놈이 하도 카메라로 찍길래 쉴 때마다 무심하게, 하지만 자세히 봤다. 놀라운 세상이다. 여러 야생화가 공생, 공존하고 있었다. 억압이나 폭력, 시기나 질투 없이 그냥 그대로 함께 잘 살고 있다. 우리 인간들도 제발 그랬으면...

이번 트래킹에서는 유독 개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개들도 트래킹하나? 개 표정을 유심히 봤다. 개를 포함한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사람들과 개를 함께 봤다. 한 가족이다. ‘진짜’ 가족이다. ‘반려견’이라고 근사하게 이름 붙여진 개가 아닌, 그냥 가족이다. 함께 걷고, 함께 행복해하고... 미국에 사는 사촌형이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에 가족 모두를 찍은 사진형 카드를 보내준다. 가족 사진에 개가 한 마리 있다. 이미 가족이기 때문에 함께 찍는 것 같다.

E. 나에게 이번 트래킹은 고고독행(苦孤獨行), 그냥 내 심정을 담아 네 글자로 만들어봤다. 고씨 성을 가진 JB(올 초에 하늘나라에 먼저 갔다. 나와 일본 종주, 호도협, ABC를 같이 간 친구다)가 가끔 생각나기도 했고, ‘홀로 가기’를 실천해봤다. 걷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면 일행과 떨어져 앉아 먼 산 보며 담배 피고 스케치하고 끄적였다. 이번 트래킹은 그러고 싶었다.

영민(英敏)한 이경희 대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유능한 인재다. 혜초, 눈여겨보시라.
인자하고 넉넉한 큰 형님, 작은 형님, 동기 거제 촌놈, 여사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추신: 거제 동기! 거제에 함 내려갈게. 약속은 지킨다. (와인 말고) 너는 맥주, 나는 소주, 술값은 내가 낸다.
평점 4.8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4 숙박5 식사5
정보
작성자 이*희
작성일 2022.08.10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이경희대리입니다. 

상품평도 길고 정성스럽게 남겨주시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지에서 선생님의 유쾌한 모습이 팀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소중한 상품평 남겨주셔서 포인트 적립 도와드렸으며, 추후 다른 여행지에서 또 뵙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