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내 디디며 나를 이겨보고, 발견하는 여정 *
처음으로 해외 트레킹에 도전하기로 맘을 먹자마자 나는 걱정이 앞섰다. 사실 산행은 좋아하지만 우리나라 설악산도 아직 안가봤고, 종주라고 해봤자 지리산 화대종주를 지난 8월초에 처음 해봤기 때문이다. 야리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힘들지 않게 다녀올 정도면 가능하기는 하나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평소에 험한 산에 단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힘들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평소에 집근처의 작은 산이지만 꾸준히 산행을 하고 있고, 아침저녁으로 운동은 빠지지 않고 하기 때문에 괜찮을거야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트레킹에 참여했다.
■ 1일(8월 31일), 가미코지 도착
일본 여행은 세번째이긴하지만 그래도설레이다 못해 가슴이 시릴 정도였다. 인천공항에서 일행을 만나 비행기를 타니 눈 깜짝 할 새(1시간 50분 비행)나고야에 도착하였다. 일본이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새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말들이 실감이 났다. 공항에서 나오니 그다지 외국 같지 않은 풍경과 그다지 외국인 같지 않은 일본인들을 바라다보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탑승하며 기사님께 미리 외워왔던 “오하요 고자이마쓰!
를 발음해보았다. 신기하게도 나의 발음을 알아들으시고 매우 상냥하게 웃어주셨다. 전용버스를 타고 가미코지로 이동하는 데는 거의 4시간쯤 걸렸다. 이동하면서 점심도 먹고, 한규호가이드님, 최민식 가이드님이 안내해 주시는 여러 가지 정보를 들으면서 가니 4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산장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룸메이트와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저녁도 먹으면서 내일 등산을 기대하면 취침.
■ 2일(9월 1일), 야리가다케를 향하여
산장에서 첫 발을 내디디며 주변의 숲과 계곡을 내려다보니 어젯밤 피곤하여 그대로 자버린 게 후회가 되었다. 오늘밤에는 꼭 산속의 야경을 보리라 다짐하며 출발했다. 맨앞에 한규호 가이드님이 이끌고 맨 뒤는 최민식가이드님이 서셨다. 이렇게 두분의 가이드님이 이끌어주시니 많이 위험한 산이라고 하지만 한결 안심이 되었다. 사실 여기는 가이드가 꼭 2명 계셔야 될 코스다.
야리가다케로 가는 길의 풍광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너덜길을 9시간 넘게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가는 길에 잔설도 보이고, 이름모를 야생화도 보이지만 끝없는 너덜너덜너덜길이 야속하기만 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를 되뇌이기를 수십번, 드디어 야라가다케 3180m 정상을 밟았다. 땅에서 항상 올려다본 구름들이 내 발 밑에서 몽글몽글거리고 있었다.
■ 3일(9월 2일), 다이기렛토 구간 통과하는 날
기상부터 살펴보니 비가 내릴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새벽부터 날씨가 좋았다. 와, 날씨가 우릴 도와주네. 여기는 너무나 위험하고 험해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요코산장으로 탈출을 해야한다고 하셨는데 다행히도 날씨가 쾌청하여 기분좋게 출발. 그러나 기분좋자마자 힘들기 시작. 정말정말 위험하고 힘든 코스였다. 일행들의 평은. 여기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야. 이렇게 험한지 모르고 와서 왔지 알고는 못온다 등등 너무 힘들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신다. 그래도 다행인건 가이드님이 앞뒤에서 입버릇처럼 앞사람과 3미터정도 간격유지, 돌이 혹시 떨어지면 반드시 돌! 낙석!이라고 외쳐라, 위험한 곳은 뒷사람에 알려라 등등 한시도 빼놓지 않고 우리 일행에게 집중해주신점이다. 총11키로 구간을 8시간쯤 걸렸다.
■ 4일(9월 3일), 북알프스의 최고봉, 일본3위봉인 오쿠호다카 오르고 하산하는 날
난이도는 어제보다는 낮지만 결코 집중력이 떨어지면 안됩니다! 긴장끈 놓지 마세요!를 외치시며 가이드님 인솔하신다. 하산하는 날이라 쉽게 생각했는데 오늘도 만만치 않은 날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랬다. 특히 하산하는 게 더 어려운 듯 했다. 하산할 때는 스틱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배낭을 두고 마에호다카를 올라갔다. 마에호다카는 3090m인데 그동안 워낙 체력소모를 많이 해서 다는 못가고 몇이서만 올라갔는데 야리가다케 만큼이나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아름다웠다. 체력분배를 잘해서 가능하면 꼭 올라가기를 추천한다.
■ 5일(9월 4일), 귀국
귀국길에 오르는 맘이 설렘반 아쉬움반이었다. 산에서 보낸 2박3일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인천공항에서 일행들은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한규호, 최민식 가이드님 끝까지 남으셔서 일일이 인사를 해주셨다. 두 분의 일하는 모습에서 프로의식이 느껴지고,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좀더 정성을 다해서 해야겠다라는 의지까지 만들어주셨다. 좋은 코스, 안전한 트레킹을 하게 리드해주신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