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행문식으로 반말로 쓰겠습니다.  양해바랍니다.^^

 

 

2017년 8월 12일부터 18일까지 몽골을 다녀왔다.

 

8월 12일(#1)

인천 공항에서 기대하던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난다.

혜초 인솔자 박지선 씨는 작년에도 옥룡설산 트레킹에 같이 했던 직원이다.

여전히 예쁘고 상냥하고 씩씩하다.

마치 오랫만에 보는 조카느낌.  집사람과 포옹을 하고 안부를 묻고(회사에서 술을 많이 먹여 살이 좀 쪘단다.  혜초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직원 회식을 중단하라.^^)

비행기를 탄다.

 

8월 13일(#2)

울란바트로에서 아마 가장 좋은 호텔 중 하나인 베스트 웨싱턴 호텔에서 일어나 체체궁 트레킹을 시작한다.  

평탄한 길에 잣나무, 전나무가 그늘이 져서 걷기가 편하다.

맑은 하늘과 초가을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을 하는데 아마도 이 하산길이 체체궁 트레킹의 진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야생화들이 피어 있는데 벌개미취, 범의 꼬리, 엉겅퀴, 별꽃, 에델바이스(?) 등이 다양하게 피어 있는데..  아쉽다.  꽃이 많지 않다.  절정은 7월 중순이란다.   아마도 7월에 왔으면 환상적인  꽃밭을 보았으리라.

 

18km의 긴 트레킹을 마치고 저녁을 먹는데..  인솔자가 양갈비와 맥주를 쏜단다.

4명이 앉은 테이블 하나에 양갈비 12대 셋트 2개를 내오는데(포유류 동물은 갈비는 한쪽이 12개 이므로 양 한 마리 갈비가 통째로 나온거다)  비주얼부터 대단하고 맛도 일품이다.  맥주에 먹다가  도저히 못참고 보드카를 시켜(내돈으로 먹었다. 회사는 걱정마시라)  일행 부부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인생 양갈비를 먹었다.  어디가서 양 이야기만 나오면 평생 오늘 먹은 양갈비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정말 회사에 고맙다.  고맙습니다.  꾸벅.

 

 

8월 14일(#3) 

보드카 750cc를 남자 둘이 거의 다 먹었으니 소주로 치면 각 2병은 족히 넘었지만 엉커츠산 트레킹을  떠난다.

여전히 맑은 하늘 밑에서 박지선 표 스트레칭을 하고 산에 오르는데 제법 가파르다.  숙취 때문인지 숨이  많이 차오르는데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와! 밑에 풍경이 장관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나중에 꼭 3분 마다 뒤를 돌아보며 올라가시라.  

겨우 정상에 올라 점심을 먹는데 밑에 풍경이 거대한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커다란 돌산들이 있고 사이사이에 기암괴석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었는데 산, 바위의 그림자가 서로 어우러져 흑백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페러글라이딩으로 뛰어 내려 저 풍경들을  보면 정말 환상적인 거라는 느낌이 든다.

사진으로 찍어보아야 전혀 느낌이 살 것 같지 않아 오랫동안 눈에 담아둔다.

 

하산 후 말을 타러 간다.

2-3마리의 말을 한 명의 마부가 끌고 가는데 말끼리 부딪히면서 내 다리가 말 사이에 끼어 꽉~ 눌린다.  아프고 겁도 난다.  썩 유쾌하지는 않다.

 

울란바트르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발맛사지를 한다.

개인적으로 얼른 샤워하고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었는데(맛있다는 샤브샤브 집도 알아놓았는데..)  호텔에 도착하니  9시가 넘는다.   그래도 그냥 잘 순 없지.  샤워하고 와이프와 2분 거리에 있는 수흐하르트 광장에 나간다. 10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광장에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자전거, 장난감자동차들을 타면서 많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맛이 좋은데..  카페에 들어가 맥주 두명을 나눠마시고 호텔에 들어건다.

 

8월 15일(#4)

아침에 흡수골로 이동하는데 비가 온다.

무릉 공항에 내려서 점심을 먹는데 수태차가 일품이다.  여러 잔을 마시고 떡갈비 비슷한 고기도 먹고 간단하게 수퍼장도 보고 3시간 거리 흡수골로 출발한다.

 

우리 봉고 비슷한 러시아제 차(이름도 기억못한다. 손짓발짓으로 물어보니 벤젠을 원료로 한댄다)를 타고 가는데  1시간 포장도로에 2시간 비포장이다.  비는 여전히 오고 선루프라고 달린 곳에서 비가 새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우산으로 무릎을 가리고 간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708090 가요를 들으면서 막막한 광야를 달린다.  비포장에서는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차가 튄다.

정말 재미있는 롸이딩이다.  하지만 좀 위험할 정도로 달린다.  특히  차 4대 중에서 우리차의 운전사는 앞에 다른 차가 있는 꼴을 못본다. 기어이 추월하고  우리가 억지로 웃으면(마침 음악이 리쌍의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가 나온다.  정말로)  으쓱해 한다.  허리나 목에 문제 있는 분이 탔다가 심하게 덜컹대어서 '억'하면 회사에 클레임을 걸지 않을까몰라.

 

끼르(게르를 몽골인들은 '끼르'라고 하더라)에 짐을 풀고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저녁을 먹는데 여전히 비는 온다.  이 여행의 큰 목적 중에 하나가 별보기였는데 별볼일 없어졌다.  사가지고 간 보드카로 얼큰히 취하고 식당에서 나오는데  "오 마이 갓"(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벌렁댄다.)  하늘이 완전히 개어 있다.  하늘에는 주먹만한(^^) 별이 가득하고 은하수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군데군데 성운처럼 보이는 별무리까지 자세히 보인다.  북두칠성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에 있고 이쪽 지평선 끝에서 저쪽 반대편 끝까지 별이 다 보인다.  마치 투명 반구에 별을 붙여 놓은 것처럼.  세상에 세상에!!  숙소에서 멀어질수록  주변이 깜깜해 져서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30여분을 보다가 끼르로 들어가 자다가 새벽 한 시에 잠이 깼다.  별을 실컷 더 봐야지 하고 밖으로 나오니 온통 구름이 끼어있다.  그 뒤로 내내 별을 못 보았다.

 

8월 16일 (#5)

아침에 여전히 날이 흐리고 하샤산으로 트레킹을 떠난다.

날이 흐리고 공기는 깨끗해서 등산하기 아주 좋지만 호수가 안보인다.

올라가면서 뒤돌아보면 발밑은 계속 구름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보이겠지 했지만 정상에서도 마찬가지..

점심을 먹고  아쉬운 마음에 하산(일행 중에 아무도 불평을 안한다.  여행 내내 아무런 불평들이 없으셨다.  대단한 분들.  존경합니다.)하는데..

또,  오 마이 갓이다.  중턱부터 하늘이 개기 시작하면서 호수의 푸른 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지그재그로 내려오면서 점점 호수가 많이 보인다.  그 푸르름이라니.. 싯퍼런 무서운 색이 아니고 하늘빛보다 조금 짙은 푸른 빛이다.  마음 속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옅어지는 느낌이다.  얼글에는 미소가,  마음에는 따스함이 피어 오른다.  하산 내내 보이는 호수가 커지듯이 내 마음도 넓어져 간다.

 

내려와서 유람선 한 시간.

이 시간에 그냥 자갈이 많아서 걷기 좋은 해변을 산책하던지, 끼르에서 좀 자던지, 가져가 책 한 줄 읽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저녁은 허르헉으로 양고기를 먹는다.

맛있다.  보드카와 같이 먹는데 음식이 좀 부족하다.

박지선 씨가 옆에서 자기 고기를 뭉텅 떼어준다.  아이고,  미안해라.

(회사는 반드시 박지선 씨에게 양고기를 한 번 사주시기 바랍니다.)

별은 여전히 없다.

 

8월 17일(#6)

이제 울란바트로로 돌아가는 시간.

3시간 자동차를 타고(다행히 비는 없다) 무릉 공항에서 연착된 비행기를 타고 울란바트로로 온다.

지치고 힘든 시간들..

저녁 식사는 샤브샤브란다.   가는 길이 어? 내가 알아논 샤브샤브 집같다.  물어보니 역시 THE BULL이란다.  예스~  울란바트로에서 제일 유명한 집인데 여기로 데려가 주다니 정말 멋있다.  맛있고 고급지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8월 18일(#7)

새벽 3시반에 인천 공항에 내린다.

힘든 시간이다.

헤어지기 슬프다고 주먹으로 눈을 비비는 흉내를 내는 박지선 씨를 두고 집으로 운전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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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시간 거리에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여주신 혜초 여행사,  감사합니다.

2. 맛있는 양갈비, 샤브샤브,  좋은 호텔도 감사합니다.

3. 박지선 씨는 모두들 칭찬이  많았습니다.

4.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귀한 시간을 쪼개어 승마, 발맛사지, 유람선은    하는 것이 꼭 좋을까요?

5. 흡수골 비포장길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