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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키르기스스탄 알틴아라샨 아라골패스 라운딩 9일
작성자 김*희
작성일 2017.07.19


여행 다녀온 지 이틀째, 아직 마음은 아라골패스를 누비고 있다.

 

첫 날, 광활한 밀밭의 알라아르차, 드넓은 밀밭의 황색 물결에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따끈따끈한 햇볕에 그늘 하나 없었지만 미리 안내해 준 덕분에 모자쓰고 양산쓰고 온갖 폼 잡아가며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느라 더운 것도 몰랐다. 다음으로 간 곳이 이식쿨 호수가 있는 발륵치 마을, 숙소에서 나와 호수 주변을 둘러 봤다. 끝을 알 수 없는 이식쿨 호수, 가족들 단위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다정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주변을 조금 둘러 보니 호수 주변으로 초원이 펼쳐져 있고 양떼, 소, 말이 유유자적 풀을 뜯으며 한가하게 노닐고 있다. 카메라를 어디에 맞춰도 작품이다. 감탄에 감탄,,,,

 

다음 날 찾은 곳이 스카스카캐년,,,,풍화 작용으로 기기묘묘한 모양의 붉은 흙벽. 협곡

뾰족하기도 하고, 구멍이 나기도 하고, 언덕이기도 하고, 뾰족한 붉은 산이기도 하고,,,,그랜드캐년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곳이었다.

드뎌 하이라이트 아라콜패스를 향한 길, 우선 2600m 알틴아라샨산장으로 간다. 구소련 군용트럭을 개조한 차량, 롤링 롤링, 흔들흔들,,,산 위를 향해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잘도 달린다. 철철 넘쳐나는 우람한 계곡 물소리와 풀 위를 뒤덮고 있는 온갖 꽃들,,,도저히 참을 수 없어 차를 멈추고 야생화를 만난다. 수를 셀 수 없는 야생화의 향연, 종류도 너무나 다양했다. 평생 볼 야생화를 이 곳에서 다 만난 듯,,,

도저히 차를 타고 갈 수가 없어 산장까지 걷기로 하지만 그냥 갈 수가 없다. 봐도 봐도 예쁜 야생화가 발길을 잡는다. 어둑어둑 해가 내려오려 할 때까지 야생화와 놀다 산장에 도착한다.

 

미끌미끌, 보들보들, 기분좋은 온천수로 피로를 씻어내고 누르빅(?) 현지 요리사의 김치찌개와 인솔자와 현지 사장님께서 공수해 준 우리 밑반찬으로 개운한 저녁 식사를 마친다. 부슬부슬 비가 내려 내일 일정이 걱정된다. 별을 찍어 보겠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산장을 울리는 빗소리는 새로운 경험이다. 아침엔 다시 맑음, 어제의 습기 탓에 운치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고소 적응을 위해 3000m의 앙아르초 초원을 걷는다. 초원 위를 유유히 걸으며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 떼, 양 떼,,,그리고 순박한 현지 사람들,,또 야생화,,,저 멀리 설산에 걸린 구름과 가문비나무,,,그저 감탄과 행복함과 감사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3200m 캠프지로 향한다. 간간히 비도 뿌린다. 어제 밤 억수같이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었다. 가문비 나무 속을 지나기도 하고, 초원을 지나기도 하며 3시간 정도 걸어 캠프지 도착,,

혜초에서 노란 텐트를 쳐 놓았고 유르타도 2개 마련되어 있었다. 갑자기 우박이 내리더니 비로 변한다. 내일 아라콜패스를 넘는 일이 걱정이 된다. 그러나 모든 건 신의 뜻에 맡기고 저녁 만찬을 맞이한다. 누르빅의 야심작, 양꼬치,, 너무 부드럽고 누린내 전혀 안 나는 너무너무 맛있는 양꼬치로 저녁 만찬을 마치고 유르타로 향한다. 난 시킴에서 텐트 생활을 해 본 터라 유르타에서 자 보기로 했다. 그러나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잠은 오지 않고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니 유르타 속으로 4명의 손님이 더 찾아와 8명의 만원 사례,,,혜초에서 준비해 준 침낭에 난로를 피운 상태에서 날진수통으로 따뜻한 물까지 있으니 더워 땀이 날려고 했다. 그러나 이유없이 잠은 오지 않고 억수같은 비 소리에 산행 걱정을 하며 잠을 청했다. 새벽이 다가오자 비 소리는 그치고, 잠깐 잠이 들었다.

누르빅의 양요리(양고기를 감자와 함께 볶은 것)를 메인으로 아침을 먹고 아라골패스로 오른다. 3900m까지 오르니 700m올라야 한다. 초원을 지나 3700m정도 가니 풀밭이 사라지고 자갈밭이다. 아주 잔 자갈이 아라골패스 정상까지 깔려 있다. 고도가 높아 힘든데다 자꾸 미끌어져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아쉽게도 세 분이 아라콜패스를 밟지 못했다.

정상에 서자 아라콜호수가 턱~~~나타났다. 주변의 빙하수가 호수로 흘러 들어 왔다. 에머랄드빛 머금은 정상의 호수에 신비함이 더해 온다. 에머랄드빛 호수에 비친 설산의 웅장함, 호수 너머 너머 설산의 향연,,,,감사, 감사,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200번째 등정한 산이라 나름대로 의미도 있었다.

간단하게 행동식을 먹곤 포항부부 두 분과 인솔자, 산악가이드, 누르빅과 나 여섯 명이 아라콜패스를 넘는다. 어제 비가 많이 온 탓이기도 하고, 너덜 지대라 위험하기도 하고, 앞 팀에서 다치기도 해 1대1로 가이드가 붙은 셈이다. 나는 너덜지대를 지나며 세 번이나 넘어져 누르빅의 도움을 받은 터라 가이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위험한 만큼 경치는 더 황홀했다. 정상 호수에서 내리는 물이 폭포를 이루고 식물 하나 살 것 같지 않은 바위 틈을 갖가지 꽃들이 채우고 있었다. 위험하기도 하고 시간도 촉박하여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한 분홍빛과 보랏빛, 노란빛,,,갖가지 꽃들이 눈 앞에서 한들거린다.

5시간여 내려오는 내내 너덜 지대였지만 주변 경치에 정신이 뺏겨서 그런지 힘든 줄은 전혀 몰랐다.

너덜 지대가 끝날 즈음 야생화는 초원을 이루고 그 속에 조그만 bar가 있었다. 포항사장님이 차와 과자를 사 줘 행복한 간식 타임을 마치고 평지로 내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산장올 때 타고 왔던 군용차가 와 있어야 했지만 비가 온 탓에 길이 유실되어 차가 올 수 없었다. 다시 걷기,,,,다리는 뻐근했지만 차를 탔으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유려한 물줄기를 맘껏 볼 수 있었다. 2시간이 넘어 걸어 오다 걷는 길까지 물이 넘쳐 산을 타고 오른다. 개인적으로 너덜길 내려오는 것보다 이것이 더 아찔했다. 거의 70도나 될 것 같은 산을 네 발로 기어 올라가는데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아침부터 걸은 길이 10시간이 넘어가고,,,다리가 조금 힘들어지는 상태에 반갑게도 군용차가 나타났다. 아,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최고의 행복감,,,

앞으로의 일정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다음날 콕투스 우중 트레킹도 야생화밭이어서 아름다웠고, 재래시장구경 및 수영복 구입, 촐폰아타 캔버라 리조트의 이식쿨 호수 수영 등 새로운 경험에 재미도 있었지만 아라콜패스의 여운은 아직 감동과 흥분으로 남아 있다.

 

평소에 등산을 자주 하는 사람이면 얼마든지 아라콜패스를 넘을 수 있다. 그러나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꼭 중등산화 준비하고 스틱 준비하고,,,계속되는 내리막길이라 나같이 무릎 걱정이 되는 사람은 무릎보호대 준비하고,,,

평소 약간 빡신 등산을 하는 사람에게 이 곳 아라콜패스를 적극 권한다.

흥분, 감동, 황홀, 행복, 감사,,,도전하는 그에게 주어질 아름다운 이것.

 

현지에서 우리를 안내해 준 현지 가이드 루스란, 힘도 좋고 성격좋고 잘 생긴 산악가이드 닉, 김치지개와 양꼬치, 양고기볶음을 멋지게 만들어 준 누르빅, 젓갈까지 손수 들고 와 세심하게 밑반찬까지 챙겨 주고 온갖 포즈를 요구하며 귀찮게 해도 웃으며 받아 준 이뿌고 야무진 인솔자 박지선, 직접 김치 담아 준 현지 사장님,,,,

이런 분들의 세심한 배려 덕에 행복하고 즐겁고 감동적인 9일간의 여행이었다.

함께 여행했던 분들도 다 좋은 분들이라 이보다 더 좋은 순 없었다. 아,,,,아쉬운 것 한 가지,,,

팀이 두 팀으로 운영되면 보조 차량도 두 대로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칫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지점....

그리고 이 글 쓰는 데 사진을 넣으려니 복잡다. 결국 멋진 사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