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실크로드 2편(우루무치-카슈가르)을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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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유*식 |
작성일 | 2017.07.11 |
실크로드(Silk road). 동서문명의 교차로. 사상(思想)의 길, 옥(玉)의 길........ 혹자는 멀고 오래된 길(a long old road)이라 하고 혹자는 사자(死者)를 만나는 길이라고도 한다. 인생 60고개에 접어든 나에게 실크로드는 무엇일까? 나는 왜 이길을 찾아 먼 길을 온 것일까? 퇴직후 첫 해외여행으로 지난해(2016년) 4월 실크로드 1편(시안에서 우루무치까지)을 찾은지 1년이 지난 2017년 6월 우루무치를 다시 찾았다. 쿠얼러,쿠차,호탄,카슈가르를 거쳐 우루무치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과거 이 지역 불교유적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이번 여정의 대표적이 관심사는 단연코 쿠차와 호탄이다. 쿠차에서는 키질석굴과 수바시 사원을 찾았다. 수바시사원. 한때 수행하는 승려가 만명에 이르렀다는 이곳은 지금은 불탑의 흔적만 일부 남아있고 한때 사원을 가득 메웠을 기도소리는 사라지고 차르타그 산맥에서 흘러나오는 검붉은 흙탕물만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키질 석굴. 色?是空 空?是色 8글자로 불교의 진수를 명쾌하게 설명한 쿠차태생의 쿠마라지바가 한때 수행한 곳으로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석굴벽화가 어느정도 잘 보존되고 있다.특히 부처의 청아함을 나타낸다는 키질석굴 벽화의 푸른색 안료(라피스 라즐리)는 1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조금도 바래지 않아 뜨거운 석굴밖의 열기에도 불구 내 마음을 시원스럽게 해 주었다. 또한 천인들이 배소,피리,비파 등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진 38호굴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 거금(?)을 주고 별도 관람하였다. 20세기초 이 석굴을 방문한 독일 탐험대가 ‘음악동굴’이라고 명명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7세기초 천축을 향하던 현장스님이 불법을 설파했다는 쿰트라 석굴을 방문하고 싶었으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호탄에서 그나마 불교유적을 볼 수 있는 라와크불탑유적은 아쉽게도 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이 역시 숙제로 남겨두었다.그리고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삼선동 석굴과 모르 불탑유적도 카슈가르 교외에 있는 관계로 역시 숙제로 남았다. 카슈가르에서 중국-파키스탄간 고속도로를 타고 카라쿨리 호수를 방문하였다. 계속 이어서 타쉬쿠르간을 지나 쿤제랍 패스까지 가고 싶었으나 다음에 카라코럼 하이웨이를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리란 기대를 갖고 아쉬운 마음을 접었다. 마지막 행사로 카슈가르를 떠나기전 19세기말 20세기초 이 지역을 둘러싸고 당시 러시아와 치열한 외교전,정보전(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영국영사관(치니 바그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마무리의 의미가 상당히 좋았다.
‘모든 것은 변할 것이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삼 거론치 않더라도 실크로드는 더 이상 옛날의 실크로드가 아니었다. 과거 낙타대상이 다니던 길이 아니라 사막한가운데 난 고속도로를 통해 자동차와 버스가 쌩쌩 다니는 길로 변했다. 흙벽로 지워진 오아시스 도시들은 고층건물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음은 여전하였으며 오아시스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지나가는 대상들의 목마름을 해소 해주고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천산과 곤륜의 눈녹은 물은 여전히 흘러 사막을 적셔주고 있다. 과거 대상의 행렬을 집어삼켜버릴 듯이 불어대던 모래폭풍(카라부란)은 여전히 먼 동방에서 온 여행자를 집어삼킬 듯이 불어대고 있다.그리고 그 모래폭풍속에서도 천년을 산다는 호양나무는 여전히 굳건히 사막을 지키고 있었다. 과거 대상들의 안전과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던 기도소리는 주체가 바뀌었을망정 여전히 사막과 불모의 산 한켠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렇다. 실크로드는 과거의 환영에 사로잡힌 환상의 길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길이다. 멋진 풍광으로 도시생활에 찌든 우리에게 단순히 힐링을 시켜주는 그런 단순한 길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런 길이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게끔 하는 그런 길이 아닐까?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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