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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행기]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작성일 2015.05.21

히말라야의 꿈

7.8, 7.4, 5.3, 4.5…. 연이은 강진으로 네팔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나는 네팔에서 1984년부터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여러 히말라야 고봉을 등반했고 또 여태껏 이곳을 대상으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에 네팔은 제2의 고향이다. 지진이 난 다음날 하필 나는 신종플루로 인한 급성 폐렴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후 입원해 주사를 고슴도치처럼 맞느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TV 뉴스에 보도되는 것처럼 초토화된 네팔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번째 7.4의 큰 지진으로 더욱 혼란스러울 때 나는 겨우 네팔로 갈 수 있었다. 폐렴으로 인한 건강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체중은 회복이 안 되어 가족과 지인들의 걱정으로 네팔 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많이 지체됐다. 뉴스로 듣는 소식으로는 성에 안차 직접 보고, 만나고, 대화하려고 부랴부랴 갔다. 네팔에는 혜초의 카트만두 지사와 포카라 지사가 있다. 지사에는 양기영 지사장 가족 4명과 네팔 사람 70명이 넘게 근무하고 있다.

KE 695편. 카트만두에 도착하기 직전 하늘에서 바라본 히말라야는 여전히 성스럽고 그 아래 마을과 도시는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다. 한가한 공항을 뒤로하고 밖을 나오니 역시 제2의 고향인 네팔답게 많은 사람들이 반겼다. 눈치 없이 꽃다발을 목에 걸어 주는 네팔의 우리 직원들과 1984년부터 같이 히말라야를 등반했던 앙도르지가 반겼고, 또 서로 바빠 만나기 어려웠던 오랜 친구인 엄홍길 대장이 반겨줬다. 엄 대장은 적십자 구호 대장으로 구호활동을 하고 있단다. 그와는 30년 전 에베레스트 등반 훈련을 같이 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은 물론 이곳 카트만두에서까지 많이 어울려 다녔었다. 우리는 부둥켜 앉고 반가워했다.

곧바로 카트만두 시내를 돌아다녔다. 모든 것이 초토화됐을 것으로 생각했던 도시에는 많은 차량들이 오갔고 밝아 보이는 표정의 사람들은 생업으로 바빴다. 의외로 부서진 건물은 찾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인 구왕궁의 오래된 건물들은 파손이 심각했다. 왕궁과 부속 건물 그리고 사원 등 오래된 건축물의 40% 가량이 파손됐으며, 카스트만둡(카트만두 이름이 만들어진 전설적인 건축물)은 폭삭 무너져 형체를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곳에서 티베트의 스님들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지진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염송을 하고 있어 나도 같이 기도를 했다. 티베트의 고승은 오늘 밤 11시가 마지막  고비이니 조심하라고 했단다. 지진 나기 전에는 왜 예언을 못했을까 안타까웠다.

이튿날 네팔호텔협회의 쉬레스타(B.K Shrestha) 회장과 하얏트, 래디슨, 안나푸르나 등의 호텔 총지배인 및 간부들과 회의를 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반가운 인사를 나눴고 지진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위로했다. 인사를 마치고 나는 앞으로의 관광산업에 대해 질문했다. 한국 정부는 네팔 여행에 대해 여행제한 조치를 내렸고 이미 유럽의 일부 국가와 중국, 일본 등의 나라 역시 네팔을 위험국으로 지정했는데 당사자인 당신들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쉬레스타 회장은 미디어와 구조대 그리고 NGO가 지진의 피해가 없는 99%보다 1%의 피해지역만 보도하면서 네팔 전체가 절단 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예티항공 사장은 커튼을 열더니 밖을 보라고 했다. 창밖의 멀쩡한 카트만두 도시가 모두 초토화된 것처럼 TV에 방영되다보니 수출입이 중단되고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받아야 할 구호품들은 시장에서 거래돼 경제는 무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정국은 불안하다고 했다.
물론 지진 피해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고 위로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 훌륭한 일이다. 실제로 이런 좋은 목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한 네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구조대와 봉사자들이 왔다. 하지만 미디어와 구호단체가 네팔의 어려움과 위험만을 강조할수록 경제는 무너지고 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네팔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어 버린다.

나는 앞으로 3~4개월 동안 지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면 관광산업 관련 업체 모두가 ‘네팔을 진정으로 돕는 것은 쌀과 의류가 아니고 네팔로 여행을 오는 것’이라는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텔협회 회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반드시 캠페인을 하겠다고 답하고, 8~10월에 네팔 팸투어를 꼭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네팔 체류 중 하루는 한국 사람들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하는 네팔인 근로자 및 혜초의 네팔지사 직원들을 만났다. 나는 이들에게 우리가 힘들고 눈 폭풍이 불어도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하기에 산을 오르듯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 이런 고통 극복의 노력과 실천은 지진이 다시 발생한다 해도 두려움을 없애는 힘이 될 것이라고 다독였다. 한국에서 히말라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들을 응원하고 돕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혜초의 고객과 전 직원, 페이스북 캠페인을 통한 응원과 함께 모금한 격려-위로금을 직급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을 봉투에 담아 정중히 전했다. 20대 초반부터 30년 가까이 나와 함께 산을 오른 이들의 청춘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들은 최근 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걱정하며 안부를 물었다.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긴 여정의 여행에서보다 많은 것을 생각했다. 지진으로 큰 재해를 당한 네팔의 실제를 느끼기 위해 나름 여기 저기 다녔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으며 많은 대화를 했다. 감자처럼 작은 생각과 시각으로 분별력 없이 글을 써서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에도 알렸다. 현재 네팔의 상황에 대해 조금만 더 이해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곳의 밤은 너무 아름다웠다. 달빛과 별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히말라야 연봉은 가히 꿈의 샹그릴라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