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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솔자동행] 40일완주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작성일 2022.05.15
작성자 최*금
상품/지역
산티아고/도보여행산티아고/세계의 길

까미노길에 대한 소망은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코로나가 오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기간이 길어서 꿈만 꾸다가 막상 현직을 떠나 장기간 도보걷기가 가능해지나 이번엔 코로나가 온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을 지속적으로 꾸게 하고 마침내 이룰 수 있게 해준 게 혜초여행사의 '산티아고 가는 길' 프로그램은 재개하자마자 따라 나서야 했다. 무려 3년 전에 예약했다가, 미루다가, 다시 재개되면서 가게 된 이번 도보여행은 그야말로 꼭 가야민 할 길이었다. 첫날과 끝날의 일기를 기록하며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생장 피드포르>(2022.3.31) 순례길 걷기 전..
마드리드에 비행기가 도착하는 바람에 버스로 프랑스로 이동한다. 스페인 국경 넘어 드디어 프랑스이다. 내일과 모레에 지나게 될 이 길을 오늘은 버스로 가벼이 넘는다. 모레 가게 될 수비르 가는 길은 아몬드꽃이 즐비했다. 심지어 아몬드길이라는 이름까지 있구나. 고흐가 이런 걸 많이 보았기 때문에 아몬드꽃을 그렸구나. 우리나라에 살았더라면 매화꽃을 그렸을텐데..

구불구불 피레네를 지나 생장에 도착하여 순례자여권을 만들고 꼰차(가리비)를 배낭에 단다. 기부금 내고.. 야고보문을 지나 성곽을 한바퀴 돌다가 적당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점심을 시켜 먹었다. 여기 시간은 한없이 느리구나.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지. 몇 명이 모 여각자 시켜서 함께 먹으니 그것도 좋다. 커피가 맛있어서 너무 많이 마시게 된다. 밤에 잠은 어찌 자려고..

내일은 론세스바예스까지 피레네 산맥을 넘는 가장 힘든 구간을 걸을 것이다. 그러나.. 꽃피는 그 길을 걸어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비도 오고 심지어 북쪽에서는 눈이 온다지만.. 발까를로스 루트길을 가라고 순례자사무실에서 안내해 준다. 좀 완만하지만 긴 길이고 그길 끝에 있는 숙소는 인터넷도 안되는 곳이다.
날씨가 험해서 애초에 넘으려던 나폴레옹루트는 닫았다고 한다.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넘다가 사고라도 나는 날이면 벌금이 어마무시하다. 두 나라에서 헬기가 동시에 뜨기 때문에 각 나라의 헬기값을 다 지불해야 한다. 800만 유로라던가?? 덜덜~~
장미의 계곡이라는 론세스바예스로 걸어가는 내일을 기대하며 스스로에게 화이팅~~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왔다. 개신교도이지만 보이는 성당마다 들어가 기도하고 기부한다. 길끝에서 우리는 하나가 될 거라고 믿으며.. 순례자길이 아니라 술례자길이 된다는 속설쯤 무시하며..(과연? 낮술도 맛만 좋더라..)

<순례길 1일차>(2022.4.1)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행 -천상의 눈꽃 속을 걷다.

아침 8시 까미노 문에서 사진 찍고 가벼운 체조로 몸도 풀고 발카를로스 루트로 출발한다. 이제 머나먼 길의 출발이다. 오늘같은 날 나폴레옹 루트는 아예 통제하길 잘 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릴 줄 몰랐다.
밤새 비가 유리창을 두드렸는데 아침 먹을 때부터는 눈으로 바뀌었었다. 이리 상서로운 눈이라니..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동화같은 천상의 길을 걷는 즐거움은 있으나 우리는 계속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했다.
목축을 하는, 아몬드꽃 아래에서 풀뜯는 소들이 정다운 마을을 10킬로 걸어가자 아울렛이 나온다. 내내 시골마을길만 걷다가 번화가가 나오니 커피도 한 잔 하고 화장실 다녀온 후 큰 도로로 걷는다. 갑자기 폭설이 내린다. 하늘에는 내리는 눈, 땅에는 녹는 눈.. 스패츠하고 우비입고 단단히 준비해서 물이 들이치지는 않았으나 눈왔다, 우박왔다, 싸래기 오고 찰눈도 떨어지고.. 눈도 종류별로 보여주고 해가 났다가 파란 하늘도 보였다가 갑자기 눈으로 바뀌기도 하는... 그런 날이다.

신발이 푹푹 빠지는 숲길을 걸었는데 그게 발 카를로스 경당 가는 지름길이었다. 늑대가 지켜주었다는 순례자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그 길은 나무나 산은 히말라야 같은 풍광이었으나 산호초 속을 걷는 듯 아름답기도 힘겹기도 했다. 마침내 1057km의 경당이 나타났을 때의 환희라니..
홍콩에서 온 한국인과 같이 걸었다.. 그들은 올해 맞는 첫눈이라고 좋아하신다. 앞뒤로 그새 친해졌던 분들이 사라져 혼자 눈속에 파묻혀 있다가 깨어나니 론세스바예스 성당이 보인다. 우리 알베르게는 성당 속에 있다..
4시에 성당 알베르게에 들었는데 굉장히 빨리 걸어 왔단다. 31km, 44,000보, 약 8시간의 걷기였건만... 첫날부터 멘탈 붕괴된 분들의 모습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러니 저녁에 어찌 맥주 한잔 안 하겠는가. 알베르게의 와인은 기본이고..

<순례길 34일차>(2022.5.4)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20.5km, 누적거리 802.5km) 입성.

마지막 날은 산티아고의 정오 미사 보겠다고 새벽별 보며 걸었다. 저리 가까이 있었던 별을 잊었었구나.. 산티아고 공항을 지나서 라바꼬야(Lavacolla) 마을을 지난다. Lavacolla는 중세기 때 순례자들이 야고보 성인을 깨끗한 차림으로 뵙기 위해 시냇물에서 몸을 씻었다고 하는데서 유래한 마을이름이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곳에 바르가 있어서 갈리시아케익과 커피를 마셨다. 착즙기로 짠 오렌지도 마신다. 도시라고 밥값이 배로 뛴다. 10% 세금도 붙는다.. 그래도 밥을 준 이들에게 평안을.. 그렇게 감사하며 가다가가다가..
몬떼 도 고소(Monte do Gozo)를 지나면서 고생한 등산화를(이제는 벗어서 태우지 못한다고 하므로) 보내주는 세레머니를 해주었다. 밑창은 너덜너덜, 신발 위 상태도 수명을 다해서 이별해야만 했다. 주인 잘못 만나 고생했다..
Monte do Gozo는 중세기부터 지금까지 순례자들에게 있어 깊은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천여년 전 부터 수 많은 순례자들이 까미노 길을 걸었고, 당시는 길이 험하고 위험해서 순례 중에 사망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여 온갖 고생끝에 '몬떼 도 고소' 언덕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대성당이 멀리 보이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이러한 연유로 '기쁨의 산'이라는 Monte do Gozo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34일간의 도보순례 끝에 오 브라도이로 광장에 들어서서 산티아고 대성당을 마주하게 되니 온갖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몰려오긴 했다. 장하다고 위로도 하고 그 먼 날 이곳을 바라보며 울었을 울음들도 생각났다. 함께했던 친구들, 돌봐준 사람들, 먹여준 사람들.. 내힘으로 한 건 걸은 것 밖에 없다. 다 남의 덕으로 먹고 자고 걸었다. 모두가 새삼 고마워진다. 어쨌든 한 가지는 끝을 냈다.. 그게 중요하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꼼포스텔라(순례증)도 큐알코드로 기재해서 빨리 받았다. 일반적인 순례증 외에 도보거리를 기재한 완주증은 별도로 신청한다. 779km로 기재해준다.(3유로) 도보 시작한 날과 끝날이 적혔다. 구겨지지않게 보관하는 통은 2유로이다. 광장에서 함께걸은 이들과 세레모니도 하고 난 다음 정오미사에 들어갔다.
성가를 한 분의 수사가 부르는데 그렇게 맑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눈물이 났다. 온갖 상념이 밀려오는 건 알아듣지 못하는 미사보다 찬송이었다.. 근데 아름답다고 찬송가 녹화하다가 혼났다. 동영상 촬영은 절대 안된다는..
향로를 공중으로 돌려주는 보타후메이로(Botafumeiro) 의식이 있나 했더니 그건 없었다. 보타후메이로는 연기가 야고보성인 제단을 감싸는 의식으로 시작하는데 간절함을 표현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저녁미사 때에는 학생단체에서 기부를 했었던지 돌려 주었다고 한다.. 이때는 영상촬영도 허용되었다고..
미사 끝나고 나서 야곱의 무덤에는 갔지만 흉상과 허그 할 수 있는 길은 막아놓았다. 코로나라서..

우린 성당을 나와 뽈뽀(문어요리)에 까냐(생맥주)로 자축하고 호텔로 간다. 광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모처럼 코고는 소리 들리잖는 호텔잠이다. 새벽에 함께 떠난 이들 모두 고생했다. 34일간 함께 한 이들 모두 감사했다. 모두에게 축배를 보낸다.

긴 여행 기간 동안 늘 중간쯤에서 우리팀이 잘 오고 있나, 물은 떨어지지 않았나 세심한 배려를 해준 윤상무님, 알베르게에서 손을 벌려 환영해준 혜련샘(집에서 기다려준 엄마같았음), 어색한 장면이 오면 늘 웃음으로 현지인과 유창한 스페인어로 중재를 잘 해준 제니퍼(너무 착함, 까미노 천사).. 함께 걷고 기다려주고 좋은 잠자리를 양보해준 팀원들 모두 고생했고 고맙습니다. 힘이 떨어질 때쯤 맛있는 양배추김치로 감동시키고 짜장면을 해주거나 주물럭까지 해준 상무님의 요리솜씨를 잊지 못합니다. 정성으로 돌봐준 은혜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코로나의 위험에도 마드리드에서 와인으로 푹 젖었던 우리팀원들 그리워할 겁니다. 다시는 오지 못할 귀한 날들이니까요. 건강하게 지내다가 순례길에서 다시 만나요~~


평점 4.8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4 식사5
정보
작성자 윤*희
작성일 2022.05.16

이제 여독은 좀 풀리셨나요

피곤한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 쯤이면

까미노블루가 시도떄도 없이 찾아오지요. ^^

 

안전하고 건강하게 무사 귀환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후기 감사드리며 보답의 의미로 혜초여행 포인트를 적립해드립니다.